^^ 간만에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래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처음 읽을 때에는 "뭐야 이거, 그냥 외국인 몇몇 사람들이 한국에서 놀고 있는 자기체험을 풀어놓은 듯한 일기같은 책이잖아" 같은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 아. 일독했을 때가 아니라, 책의 앞부분이 그랬다는 얘기다. 이 책의 저자, 왕백수(J. 스콧 버거슨)씨는 흥미를 돋우고 재미를 보태기 위해 조금 더 가벼운 얘기들을 앞쪽에 배치했을지 몰라도 나는 사실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 흥미없었던 앞부분의 내용은 주로 왕백수씨의 친구들이라 하는 액스팻(expat)들이 좀 가벼운 느낌으로 한국에서의 경험을 쓴 부분들인데, 물론 그 중에서 재미있다 싶은 것들도 있었지만 또 어떤 것들은 지극해 개인적이어서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나 싶었던 것도 있었다는게 사실.
잠깐 액스팻이라는 단어를 써버렸는데, 액스팻은 expatriate라는 말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라고 한단다. 외국인이라고 하면 좀 한국에 잠깐 들렀다가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이 있어서 이런 표현을 씀으로 한국에 거주하면서 한국과 함께 살아가는 외국인들을 표현하였단다. 액스팻이라고 하니깐 왠지 좀 귀엽다. ㅋ
그건 그렇고, 이 책을 읽으면서 인지하는 사실은 몇가지 정도로 대별할 수 있겠다.
액스팻이라 자칭하는 외국인들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아니 사실 외국인들과 간헐적으로 마주치게 되면서 느끼는 경험은 외국인들의 삶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유쾌하다는 것이다. 물론 나와 마주칠 정도의 외국인들이라면 꽤나 재미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일 테지만 말이지.. ^^;; 그런 걸 떠나서, 이들은 한국에 대해 꽤나 진지하게 마주치고 있고, 또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한국을 또 색다른 시각에서 관찰하고 있는 것들이 있으며, 그런 것들에 대한 서술은 재미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의 지독한 편가르기 문화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쯤에 언급되어 있었던 내용이지만 우리나라의 2008년을 장식했던 쇠고기파동을 통해 백수씨는 우리나라의 편가르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래 우리나라는 결론적으로 내가 어느 편의 입장을 가지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 듯한 취급을 당해버리기 일쑤다. 그렇다고 양비론이나 양시론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루기 위해 자신들을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을 구별하고 부정하는 행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2008년에 있었던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서 풀어내고 있다.
(뒷부분, 왕백수씨의 칼럼은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장하는 바이다. 그리고 외국인이 바라보는 촛불집회의 시각에 대해서도 한번 읽어보는 게 좋을 듯 하다. :D 비교적 객관적으로 파악하려고 애쓰(ㄴ다고 생각하)는 나도 이 집회의 중심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세계화, 코스모폴리탄의 화두이다. ㅋㅋ OSM이라고 저자가 표현을 했는데, (Oegugin Shock Meltdown, 외국인 충격 붕괴현상) 외국인을 맞딱뜨리면 어찌할 줄 모르는 패닉상태가 벌어지는 걸 그렇게 표현한 거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을 맞딱뜨리는걸 여전히 어려워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을 보면 여전히 신기해한다.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우리나라에 파란눈 하얀피부의 사람들이 좀 있는게 그렇게 신기하게 바라볼 일만은 아니어야 할텐데 말이지. ^^
뭐 물론 외국에 나가면 또 그 나라 말을 하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서도, 그의 서술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특히 백인을 만나면 무조건 영어를 하려고 애쓰는가. 물론 영어가 비교적 글로벌하게 사용되는 언어이기는 하지만 모든 백인들이 영어를 쓰는 것도 아닐 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세팅을 망가뜨리는 것이 한국인과 한국어와 한국을 글로벌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계속 영어를 강조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물론 있지만, 사실 일정한 교육기간이 지나면 영어를 까먹는 사람이 더 많고 영어를 거의 안쓰고 사는 사람이 더 많으며, 이건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 아닌가. 한국에서 영어를 강조해봐야 느는 건 영어를 쓰지 않는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인을 더 어렵게 맞딱뜨리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한국어를 기본으로 쓰고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쓸 용기를 갖게 하는 것이 더 한국과 한국어, 한국인이 글로벌해질 수 있는 길은 아닐까 한다. ㅋ
(이 사람이,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한국어를 쓰는 외국인으로 얼마나 한국어를 쓰면서도 한국에서 언어때문에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는지 알 것 같다. ^^;;)
후반부는 그래서 꽤나 재미있었다. 역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건 신선하다. 그리고 글도 써본 사람이 쓴다고 그걸 재미있게 풀어내는 건, 역시 왕백수씨의 친구들이 아닌 왕백수씨다. ^^
09. 11.
*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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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배드씽 2009/11/29 1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블로 형이 <무한도전>에 대해 부끄럽다고 썼다가 네티즌들로부터 비난받았던 일이 떠올라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지나치게 한국 입맛에 맞게 동화시키려는 시도 못지않게 영어 컴플렉스도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같이 어우러지기보다는 어느 한 쪽을 다른 쪽에 맞춰야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관점 때문인 듯해요.
^^ 까딱하면 국수주의, 까딱하면 사대주의... ^^;; 참 어려운 균형잡기 속 세계화에요.
2009/11/30 14: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ㅎㅎㅎ 준비부족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는겨 :D
햅. 2009/11/30 16: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서평단이신듯 ^^;;
쪼끔 따듯해져서 한껏 나른해졌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기다리는 곳으로 퇴근하는 심정이 무척 궁금하군요.^^
ㅎㅎㅎ 책은 꾸준히 읽어버릇하고 있거든요 ^^ 서평단 책 읽으랴 다른 책도 읽으랴 정신이 없어요 ㅋㅋㅋ ... 아니, 정신이 없는 건 아니고, 그냥 소일거리에요 ㅎ
2009/12/01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난 또 죽었다 그래서 계정에 문제생긴 줄 알았다. 요새 인터넷을 자주 못하고 사네 ㅠ
저녁이라면 아무때나 괜찮지 싶다~ 점심때는 12일에는 선약이 있다우.. ^^